사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사라진 과거에 대한 자연스러운 증거물이고,
다른 한 가지는 현실을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는 단절된 예술품으로서의 그림 그 자체다.
살아 있는 증거로서 사진은 그 속에 담겨 있는 대상과 과거의 정지된 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술품 혹은 가공품으로서의 프레임 밖의 삶은 지속되고, 시간은 흘러가고,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대상은 빠져나가 버렸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과거에서 분리되어 현실 속에 우리와 마주 않아 있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사실적 비현실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스냅쇼트는 사진 밖의 생명을 죽음으로 돌려놓는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사진은 촬영되는 순간에 철저하게 살아 있던 대상을 과거의 무엇인가,
즉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무엇인가로 변화시켜 놓는다는 것이다.
현상 세계의 모든 것들은 끊어진 순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흐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진은 이들 가운데에 한 순간만을 추출해낸다.
결과적으로 스냅쇼트는 현실과는 단절되고 인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정확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에 비해 대상이 죽은 사람이건 산 사람이건 간에 포트레이트는 그 자체로 기념비적 존재가 된다.
스냅쇼트가 시간을 전달하지 못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언급한다면 포트레이트는 사진 속의 시간을 화석화 시킨다.
그래서 포트레이트를 떠나간 시간을 상징하는 기념비로 간주하고 시간 노출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포트레이트는 영원히 사라진 생명의 상태를 지시하는 동시에 기억속에서 그 생명을 떠오르게 한다.
다시 말해 스냅쇼트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과겅이 한 순간을 부여주는 데 반해 포트레이트는 사진 속에서 행명을 표현한다.
즉 스냅쇼트와는 달리 포트레이트에서는 작가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