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속성에는 기존의 체계화되고 정형화된 틀은 깨기 싫어하며, 갑작스런 변화에는 저항하는 자기 보존적인 성향이 있다.
또한 사람들은 흑백논리에 길들여져, 한 번 설정한 자기 주장이나 원칙과 조금이라도 틀을 달리하면 거치없이 비판하려 한다.
더 나아가 일부 과격한 사람들은 자기가 소속된 집단과 의견이 상반되거나 자신의 잣대에 역행하면, 거침없이 배격하고 이단시한다.
현재, 단편적이고 단순화된 지식만으로 세상의 질서가 설명되어지던 과거는 역사의 뒷골목으로 사라졌고,
어제를 이끌었던 사상이나 논리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될 만큼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류변화의 뒷자락을 붙잡으며 예전의 편협한 논리 속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에 강한 불만과 의문점을 던지며 '현실파괴' '의식파괴'를 앞세우는 괴짜들이 많은 세상은 겉으로는 불안정해 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역사의 수레바퀴는 오늘이란 중간 역까지 이끌려 온 것을 생각하면 보수와
개혁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처럼 늘 그렇게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인식들로 오늘을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천년 전 고려청자의 비법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은 전통문화전수에 있어서는 성과일 수 있어도
기술상의 자랑일 수는 없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위대한 사상이나 촬영기법들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시민다는 것이 모두다 적합할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사진가 앙리 가르띠에 쁘레송은 '결정적인 순간'이란
첫째, 연출하지 않을것...
둘째, 트리밍 하지 않을것...
셋째, 빛과 화면 구성과 감정이 일치된 순간에 셔터를 끊을것...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합치될 때를 말한다고 정의 하였다.
사진이 갖고 있는 순수성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쁘레송의 찰나의 미학은 지금도 많은 사진인이 본 받고 있다.
그러나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쁘레송이 얘기한 결정적 순간 포착이 너무 어려운 것을 알기에,
실제로 사진 촬영에 있어서의 연출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곤 한다.
소두구를 준비하여 배경을 만드는 작업부터, 간단하게는 어린아이에게 웃을 것을 요구하고
화면에 불필요한 화분을 옮기는 것 등 엄격하게 얘기하면 모두 다 연출인 셈이다.
일부 사진 단체나 동아리에서는 트리밍없이 프린트하여 전시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경우를 봤다.
그것을 보고 마치 노출계가 없던 시절 노출이 정확하게 맞은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던 시절의 얘기처럼
한 부분을 확대해서 전체를 포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적이 있다.
트리밍은 원래 인화된 사진의 테두리를 원하는 규격에 맞춰 불필요한 부분을 절단하는 것을 가르키는
용어였으나, 오늘날에는 인화작업시 네거티브 전체를 프린트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인화지 안에 넣어
정리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사진은 그림과달리,화면에 찍히는 범위가 사용하는 기재에 따라 규격이 정해지기에 작화에 많은 부분의
제약이 따르면 작가가 원하는 작품을 위해서는 사진의 화면정리가 필요하다.
약간의 트리밍으로 화면이 단순화되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도하며 촬영시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부족분들을 보완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리한 트리밍은 화질의 자하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하며
트리밍을 사전에 예즉하고 촬영에 임함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이러지지 않는 부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촬영시 완벽한 프레이밍을 구사하는 것이고, 프레이밍으로 주제전달이 미약할때
트리밍으로 보충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앙리 까르띠에 쁘레송처럼 35mm의 프레임속에서만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사진가도 있고,
뉴만같이 과감한 트리밍으로 표현을 즐겨하는 사진가도 있다.
뉴만의 작품 중 1946년 촬영한 피아노에 앉아 있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포트레이트가 있다.
4x5인치의 네거티브 26장을 촬영했는데 그 중 한 장을 대담하게 트리밍하여 인물을 명확하게 표현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뉴만의 예에서 보듯 사진은 최소의 이미지 속에 최대의 효과를 담아 전달하는 뺄셈의 예술이다.
그런 면에서 제2의 촬영이라 할 수 있는 트리밍을 적절히만 사용하면 창작의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