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예술인가, 기술인가?
좋은 카메라와 돈만 있으면 나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텐데...
사진 발명 이후 계속 되어혼 사진의 예술성 시비와 일반인들이 느끼는 사진에 대한 통념이자
사진인이면 누구나 공감하고 또한 극복해야 할 척박한 인식들이다.
사진은 손으로 만들어지는 소위 미술, 조각 등 여타 예술장르와는 달리 기계에 의존하는 특성상
초창기부터 최근에까지 예술의 한 분야로서 위치 확보에 제약이 많았으며, 예술로서 자리 잡은
이즈음에도 일반인들은 물론 일부 사진가들 조차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신선놀음으로
치부하며 좋은 작품을 운으로 평가하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의 생각처럼 작품사진 한장이 좋은 카메라로 아무렇게나 눌러 찍어온 우연의 부산물이 아닌,
오랜 기다림과 출산의 고통에 비유되는 노력의 댓가로 얻어지는 창작의 결과임을
사진인들은 촬영경혐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일반사람들의 경우, 예술작품하면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같은 예술거장들의 작품을 떠올린다.
소위 대작,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을 보면 돌을 쪼아 형상을 만들거나 캔버스 천위에 물감을 도포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과 예술적 감각들이 작가의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피사체에서 재해석되고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사진은 기계적 원리를 이용, 현실을 재생하는 기록성과 복사의 개념이 강해 작가의 주관 개입이 쉽지 않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사실 사진은 다른 분야에서 흉내낼 수 없는 극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기록성 자체의 매력외에도
촬영자에 의해 동일 장소와 동일 소재가 전혀 다를 이미지로 재구성 되어지는 등
어떤 예술분야보다도 주관 개입성이 강한 예술이다.
사진에 있어서 카메라의 존재는 회화에 있어서 붓의 용도와 같은 도구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 다양한 붓과 물감을 선택하듯 사진도 여러 카메라 종류와 렌즈를 선택하고 후보정을 이용하여 작가의 주관이 개입된다.
그림에서 작품 소재의 선택과 구성이 중요하듯 사진에서 평범한 일상의 피사체를 시각화, 작품화시키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을 일컬어 1초를 수없이 쪼갠 짧은 시간내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어진다 하여 '순간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는 그 이전에 작가에 의한 수 많은 선택과 인식들을 배체한 채 기계작동의 순간만을 범주에 넣은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진이 실제 존재하는 현실에 입각해서 작품활동이 이루어지다 보니 "발로 뛴 거리, 흘리는 땀의 양"
에 비례해서 작품이 결정된다는 의견과 기술(테크닉)의 습득만으로 소기의 목적달성이 가능하다는 인식들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진이 같은 소재라도 작가의 예술적 직감능력에 따라 변화의 폭을 달리하는 철저한 인식의 산물이며,
기술력만 갖고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걸 보면 이론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임에 틀림없다.
예술은 예와 기가 조화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 받는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듯이 예와 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어느 한쪽이 강하면 비판받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말처럼 예와 기를 양립시킨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기술적 측면은 많은 시행착오와 경혐을 통해서 터득살 수 있지만, 예적인 측면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재능(끼)의 측면이기에 작가 스스로가 조건 반사적으로 인식되도록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자유, 즉 도구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예술이 진정 개성이며, 자유의 추구라면 주물에 찍혀져 나오는 획일화된 작품의 양산은 예술을 빙자한 위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예술적 혼이 담긴 작품을 소유할 권리는 예술과 기술을 겸비한 사진가의 몫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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