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 사진의 미학>
질풍노도와 같은 사진기술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진예술의 세계'와 '사진공학의 세계 사이에
가로놓여진 인과관계가 과연 어떠한 상호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 해 보아야만 할 것 같다.
정확한 초점과 노출이 전문사진가들의 고유기술이었던 시대에 전자, 기계 공학은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고도(?)의 기술들을 카메라 속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이는 사진술의 역사 속에서 이스트만코닥의 롤필름보급이후 '제2의 사진 대중구라고 하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폭발적인 자동카메라의 보급과 시각매체의 확산은 사진을 고급취미나 예술가의 전유물에서 생활의 일부, 놀이의 하나로 확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카메라개발자에게 무척이나 군침당기는 시장이 되었을 것이다.
은염시대의 아성이자 사진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이스트만코닥, 라이카, 핫셀브라드 등의 메이커를 비웃기나 하듯
첨단 전자기술을 도입한 신주류 메이커들은 오늘날 최첨단 메커니즘의 전문가용 카메라에서부터 심지어 지갑에
들어가는 카드형디지털카메라나 '디카폰' 이라는 이름의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메모지와 만년필과 같은 존재로 만듦으로써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과 퍼스널컴퓨터의 보급물결도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160여 년 전 다게르가 단숨에 자연계의 이미지를 찍어냈던 것처럼 오늘날의 디지털사진
또한 자연계의 어떠한 장면이라도 디지틸영상으로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송과 공유 그리고 복제라고 하는 디지틸의 특징은 새로운 사진의 가치관을 만들어 내었다.
본래 사진술은 대 량 생산이 가능한 매체이다. 원고필름만 있으면 얼마든지 인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사 진의 복제는 오리지널과 복제물의 구분을 없애 버렸다.
즉 아무리 복제하여도 모두 다 오리지 럴과 동일하기 때문에 '소유'와 '사용'이라고 하는 개념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손쉬운 '전송'과 '공유'의 특징은 매스미디어가기대하는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또한 영상공학의 환경과 기술변화의 산유물이다.
'예술과 공학의 만 그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그 끝은 어디인가?
사진이라고 하는 예슬헹위가 과학을 기반으로 한 창조활퐁이기 때문에 공학의 힘이 없이는 창조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촬영이라고 하는 용어를 정의해 볼 때
"사진가가 필름을 넣은 카메라로 피사체를 향한 후 그 반사판을 기록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공학에 의한 사진술의 변화와 기준 그리고 제안에 따라 예술로써의 사진의 논리와 이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 된 시점에서 촬영의 정의는 물론 사진(츄르)이라는 용어자체도 다시금재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사진가의 마음가짐과 관심대상에 관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학의 발달에 따른 기술의 발전과 표현방법의 확장은 사진가에게 폭넓은 창조와 표현의 무대를 제공한다.
또한 그에 따른 기술의 습득과 변화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동시에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로써의 사진은 무엇보다도 창조적 표현과 창조적 이미지 그 자체에 비중과 의의가 실린다.
메커니즘과 기술변화가 사진가들의 주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는 생각해야할 크리에이티브 요소가 너무나 많다.
기술과 공학의 세계는 변화와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탈바꿈을 하고 있지만 창조적 아이디어의 세계는
고대벽화의 예술철학이나 오늘날 디지털사진의 예술철학이나 같은 근원에 기초하고 있어 맥이 상통하며
'표현본능' 이라고 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와 감성에의 호소가 시간과 공간을초월하여 예술행위로써 승화하는 세계이다.
더 나아가 예술철학의 가장 깊은 뿌리에 이르면 음악, 미술,사진, 연극, 영화, 건축등모든
예술행위들이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떻게 찍을 것인가?' '왜 찍는가? 하는 물음은 디지털시대의 사진예술에서도
은염시대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예술로써의 사진에 대한 예술 철학적가치를 진단하는 동일한 척도로써 작용할 것이다.
사진가는 예술가로써 은염시대, 디지털시대를 망라하여 예술철학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심사숙고 하여야 할 것이다.
<아날로그의 시지각, 디지털의 시지각>
사진은 은염에서나 디지털에서나 미술표현의 한 방식인 점묘법과 같은 원리의 아주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화상이다.
즉 '근접'에의한 착시를 유도함으로써 점들이 모여 면이되고 면이 다시 형상을 만드는 원리이다.
색소로 그 점들을 만들면 색상을 가진 이미지가 재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점들의 크기와 빈도로 화질을 평가하게 되고 형태의 선명도가 결정지어진다.
그러나 육안이 구분할수 있는 최소크기의 점과 간격보다 더 작고밀접하게 배열된다면 화질의 향상을 더 이상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M. 베르트하이머는 게슈탈트심리학에서몇 가지 시지각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중 '시지각의 근접성(Proximity)'은 사진술의재현이론과 심리적 감각적 원리를 설명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둘 또는 그이상의시각요소들이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이들은 하나의 그룹이나 패턴으로 보여 질 가능성이 증대 된다'는
해설은 대상과 대상이 가까이 있음으로써 상호연관 관계를 유도하여그룹화 하게 되고 대상 자신들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의미가 재창조 된다는 논리로 재해석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자와 입자, 픽셀과 픽셀이 그루핑 되면서 이미지를재현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
'시지각의 근접성'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의 매력중 하나는 오리지널 원고로부터의 확대이다.
신용카드크기로 확대하여 지갑에 넣을 수도 있고 손바닥크기로 확대하여 앨범을 장식하거나 전지크기로
확대하여 전시장에 걸어 두기도 한다.
'확대' 에 대한 시지각의 변화는 또 다른 척도로써 작용한다.
'확대배율'이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입자의크기와 밀접도가 더 세밀해 지기 때문이다.
원고이미지의 확대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입자나 픽셀이 육안에 감지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감상거리' 라고 하는 또 다른 factor가 있다. 육안은 감상거리가 멀어질수록
가까이서 확인했던 입자나 픽셀들을 다시 뭉치기 시작한다.
<디지털 사진의 사실성>
'사실성' 이라고 하는 사진의 특징이 사람과 사회의 신뢰척도로써 커다란 가치와 역할을 해은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문사진 등과 같은 보도사진에서 사진의 위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역사의 증명이며 진실의 증거로써 존재하고있다.
물론 어느 시대에서나 여러 가지 이유로한 장의 사진이 가져온 진위논란이나 오해의소지, 심지어 조작이라고 하는
사회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이 또한 사진에 대한대중의 높은 신뢰도를 반영해 주는 논란이 아닌가.
사진의 사실성은 '사진을 찍는다' 라고 하는 이미지생성원리의 기초에서 비롯한 것이다.
즉피사체가 있어야 기록할 수 있다. (물증), 사진가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증인),
빛과 렌즈가만든 실제 영상이 필름에 저절로 기록된다. (증거)
그리고 과거와 미래와 상상은 기록할 수 없다.
오로지 현재의 모습만을 기록할 수 있다는 특징들이 사진을 진실의 대변자로 인정하게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찍는 사진' (Taking photo graphy)과 '만드는 사진' (Making photography)으로 나눈다.
'찍는 사진'은 앞에서 거론한 바와같이빛과 렌즈가 만든 실제피사체의 영상이 필름에저절로 기록되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원본필름의 변경을 불히하며 인위적인 수정을하는 순간 '조작' 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사실성의 가치를 상실케 된다.
'만드는 사진'은 말 그대로 사진을 만드는 것으로 피사체도 만들 수 있고 암실작업에서
사진가의 주관이나 감각대로 강조와 생략을 가할수 있다.
광고사진과 같이 팅 빈 스튜디오에 피사체와 배경을 가져다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고 -78.5'c의
드라이아이스로 따스한 음식 분위 기를 연출하고 빛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조작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찍는 사진이다.
광고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장의 영상세계로 흡인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광고사진이 Making Photography의 전형 적인 표현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사진이 갖는 시각적 설득력과
자극이 가장 강렬히 표출되며 특히 비록 만드는 사진일지언정 현실에 없는 피사체는 찍을 수 없다는
사진의 법칙을 온전 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사진이라 하 더라도 결코 예외일 수가 없다.
은염사진에서는 원고필름이 존재하므로 인위적인 손질자체에 대한 의미부여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는 원고가 컴퓨터로 들어가서 변신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많으며
'저장하기' 라는 단순한 클릭으로 원고는 손쉽게 변화된다.
물론 디지틸카메라에서 RAW포맷 이미지 기록방식과 'Exif' 라는 텍스트정보를 넣어 촬영과 수정정보를기록하지만
손쉽게 바꿀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 무엇으로 바꾸었다는 기록만으로 이미지 오리지널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디지털 사진의 신뢰도와 사실성에 대한 검증과 한계가 제시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의 수정>
사진의 수정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인상사진에서 잡티를 없애주고 고운피부로 만들어주는 화장수준의 애교 섞인 수정에서부터 포토몽타지나
특수효과라 불리는 다중힙썽촬영에 이르기까지 사진의 재창조행위의 하나로 각광받아왔다.
은염시대의수정은 미술적인 손놀림 감각과 기교 그리고 감광재료의 화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였다.
1990년 포토샵1.0이 등장한 이래로 디지틸사진은 수정과 변형에 가장 큰 의미가 담걱져 있었다.
그래서 초창기의 디지털사진은 합성사진과 변형사진을 대표하기도 하였다.
포토샵을 이용한 디지털 합성이 다중촬영, 합성인화로 만들어진 은염사진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만들어지며 마무리도 깔끔하고 정교하다.
뿐만 아니라 촬영시의수고도 덜어주고 시간도 단축시컥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먼지는 물론 촬영 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불필요한 피사체를 화면에서 손쉽게 제거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아예 촬영 시 수정이나 변환, 합성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예를 들면 실제 조명으로는 동시에 전체의 디테일을 살리기가 불가능한 경우 피사체의 부위를 따로 조명하고
촬영하여 얻어진 여러 장의 사진에서 잘 묘사된 부분들만 잘라내어 감쪽같이 합성하는 방법도
이제는 공공연한 표현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날씨가 만족스럽지 못하여 구름과 하늘이 별로인 건축촬영에서 미리 찍어둔 멋진 하늘을 합성해 넣어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고 공허한 하늘에 창공을 가르는 기러기 떼를 합성해 넣어 결정적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왜곡이 보정되지 않아 사다리꼴로 찍힌 건축물을 디포메이션 툴로 수직에 맞게 교정하는 방법,
스튜디오에서 인공조명으로 촬영한 자퐁차를 멋진 그랜드캐년의 석양에 합성해 넣는 것도
디지털시대의 확장된 표현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과거 은염시대에 수정을 가하지 않음으로써 작가의 표현철학을 주장하고 크로핑 조차 하지 않은
오리지널프린트임을 증명하기 위 해 노트리밍틀(No-trimming frame)을 만들어 넣던 사진가들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 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사진의 수정기능이 탁월하다 할지라도 조명이나 앵글, 표정, 노 출 등 결코 수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촬영 시 최대한의 완벽을 기해 야 함은 사진가의 절대적인 의무이다. | |
